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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신앙촌, 성소의 뿌리, 교회의 영적 유산’. 그러나 ‘이농과 고령화, 신자 감소’라는 이미지 또한 공소의 현재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도 ‘젊어지는 공소’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공소가 있다. 마포공소(등용성당 관할, 주임=이국환 신부)이다.
공소 마당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성모상과 예수 성심상이 먼저 반겨준다. “지형 좋죠! 풍광 좋죠! 변산반도 따라 산·들·바다 3대 요소가 잘 어우러진 곳에 있어 지나가던 관광객이 멈춰 서서 기도하는 예쁜 공소입니다.” 조정식(라파엘, 70) 회장은 공소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안군 변산면 마포로 230번지에 자리한 마포공소의 역사는 1960년대 故김영구 신부에 의해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김제, 함열, 진안에서 이주해온 열두 세대 신자들이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김진옥(치릴로) 초대회장 집에서 공소예절을 하다 1963년, 부안성당에서 공소 대지를 매입하고 신자들이 근처 초등학교 건물을 뜯어다 조립하여 1964년 3월 5일, 현재의 마포공소 건물을 축성하였다. 설립 당시 신자 수는 20여 명이었다. 개신교회가 주를 이루던 동네에 2층 종각까지 곁들인 천주교 공소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매일 울리던 삼종소리는 시계가 없던 시절 전 주민의 시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민들은 아침 종소리에 일을 시작하고 저녁 종소리에 논에서, 들에서 일하던 허리를 폈다. 4킬로미터 밖에까지 은은하게 들리던 종소리는 당시 개종자가 많아 한 번에 41명이 영세를 받기도 했던 전교 열풍에 힘을 더했다. 설립 초기 김태욱 형제가 선교사처럼 예비신자들의 교리를 담당했고 신자수가 급격하게 늘며 천주교의 기틀이 잡혔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글과 그림에 재주가 많았던 윤삼열 요셉, 윤석열 바오로 형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성극을 무대에 올렸다. 문화시설이 전무하던 60년대, 마포공소의 성탄 성극은 큰 인기를 누렸다. 성극을 보기위해 경당 밖까지 몰려든 사람들로 12월 엄동설한에도 공소경당 문이 활짝 열렸고 인근 성당으로 원정 공연을 다니던 신나던 시절이었다. 공소마당은 배구하는 젊은이들로 늘 북적였고 신자들은 공소에서 기도하고 놀며 형제애를 나눴다. 특히 매해 판공이 있는 날은 공소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장작을 때고 돼지를 잡아 동네 큰 잔치를 벌였다.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 무엇이든 서로 나누어 먹던 이 잔치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와 매해 대축일이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각자 음식을 가져와 나눈다.
공소 설립 초기 적극적인 선교활동으로 신자수가 150명까지 늘었지만 차츰 생계를 위해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초창기 이주해온 열두 세대 중 지금은 박귀녀(안나, 87), 김은주(론나, 81) 어르신만 남아있고 농사를 지으며 묵묵히 공소를 지켜온 신자들에 의해 공소의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다. 마포공소 신앙공동체를 이끌어온 또 하나의 뿌리는 1983년도에 설립된 샛별 쁘레시디움이다. 지역 특성상 어르신들에 대한 차량봉사와 가정방문, 기도 중심으로 활동하며 마포공소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쁘레시디움 단장이며 공소회장인 조정식 형제는 2대, 4대 공소 회장을 역임한 부친 조인철(실라리오) 형제의 신앙을 이어받아 1994년부터 현재까지 8대 회장을 맡으며 공소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자들의 안식처며 기도장소인 마포공소에 몇 년 전부터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귀농과 귀촌 등 새로이 유입된 신자들과 기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공소 활성화를 이루고 ‘공소도 젊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공소 역사를 쓰고 있다. 설립 초기 마포공소의 신바람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마포공소는 첫째 주일을 제외한 매주일 오후 5시에 공소미사가 열린다. 미사 전 레지오 회합을 하기 위해 총총히 공소에 들어온 신자들이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하느님께서도 귀촌인들과 기존신자들의 화합의 잔치인 미사를 통해 이들의 안부를 귀하게 챙겨주실 것이다.
※마포공소 취재와 촬영은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12월 말에 이루어진 것으로 ‘숲정이’ 발행중단으로 인해 5월 10일자 지면에 나가게 됌을 알려드립니다.
취재 | 오안라(교구 기자단), 사진 | 최기우, 전미자(교구 가톨릭사진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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