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 > 양구군

정전협정으로 탄생한 한반도의 DMZ(Demilitarized zone)는 흔히 휴전선이라고 부르는 군사분계 선을 사이에 둔 군사적 완충지대입니다. ‘비무장지대’라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철저히 무장된 채로 60여 년의 시간이 흐른 공간이지요. 사람의 출입 및 인위적인 행위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로 DMZ는 동식물의 건강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허리를 횡단하며 펼쳐지는 DMZ는 이 땅의 중요한 생태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전 인식 부족과 방어 체제에 집중된 관리 미흡은 되레 산림 생태계가 열악한 지역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DMZ는 다시 말해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생태 공간인 동시에 우리가 지워나가야 하는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은 DMZ의 식물과 멸종 위기에 놓인 북방계 식물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영토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식물원은 DMZ 일원의 식물과 북방계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 하여 다양한 보전 방안과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 식물의 존재를 국내외에 알리고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은 국제연구센터, 방문자센터,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추었고 DMZ원, 습지원, 희귀·특산식물원, 북방계식물전시원, 소나무과원, War가든, 야생화원 등 모두 8개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한반도의 동과 서를 내달리는 비무장지대의 경관을 그대로 재현하여 ‘DMZ원’을 조성 하고 동고서저 지형을 부각시켜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는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험준한 산악지대인 동부 DMZ, 서서히 평야를 이루는 중부 DMZ, 임진강으로 흘러가는 서부 DMZ에서 모인 자생식물들을 DMZ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되어 생태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용늪을 본떠서 고지대 습지원을 조성하였고, 경사지를 활용하여 저지대의 습지원을 경관에 맞게 마련하였습니다. 서로 인접한 습지는 종들의 잦은 이입으로 생물 다양성이 높다는 정설을 인식하여 ‘습지원’을 잇는 수계 둘레에도 다양한 식물 종의 보금자리를 갖추었습니다. 

 

철책선에 핀 나무와 풀꽃들을 조사하며 보았던 그곳의 풍경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기획한 전시 공간이 바로 야생화원입니다. 야생화동산에서 피고 지는 우리 꽃들이 DMZ 자생식물원 둘레의 숲들과 조화로이 어우러져 이질적인 전시공간이 아닌, 주변 경관과 하나 된 전시원의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 부지의 어느 모퉁이는 과거 한 시절 이 땅을 일구었던 거주민의 경작지였습니다. 돌담을 쌓아 만든 밭의 흔적이 그 역사를 말해주기도 하지요. 바람이 일고, 볕이 들고, 비가 내리는 날들이 켜켜이 쌓였지요. 그렇게 세월의 두께는 숲을 만들었습니다. 그 숲을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이 지키려 합니다. ‘미래의 숲’이라 이름 짓고 오랜 시간 가만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의 주제정원으로 DMZ가 지닌 자연·역사·문화요소를 반영 하여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을 담아 ‘War가든’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시절 치열한 격전지였던 ‘펀치볼’에 둥지를 튼 국립수목원 DMZ 자생식물원에서  War가든을 찾은 이들 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나무와 풀꽃들로 기억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 입니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소나무과(Pinaceae) 식물의 원종과 변종, 품종을 수집하여 전시 하는 공간으로 ‘소나무과원’을 기획하였습니다. 원종을 포함하여 전나무속(Abies), 가문 비나무속(Picea), 소나무속(Pinus)  등의 종 이하 식물들을 본 전시원에 모음으로써 산림 생명자원의 다양성 확보까지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DMZ 일대에는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이 유독 많습니다. 이러한 희귀·특산식물들을 보호하고 체계적인 관리 제도를 확립하는 사례가 되고자 희귀·특 산식물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깊은 산에 들어서야 만날 수 있는 모데미풀과 노랑무늬 붓꽃, 험준한 산정에 올라서야 눈 맞출 수 있는 금강봄맞이와 요강나물 등 다양한 환경 에서 자라는 이 땅의 많은 희귀· 특산식물들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시원입니다. 

 

DMZ 일원에 분포하는 북방계식물과 북한, 러시아 등지에서 도입이 가능한 북방계식물을 발굴하고 선정하여 ‘북방계식물전시원’을 구성하였습니다. 본 전시원을 통해 북방계식물을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두메양귀비, 넌출 월귤, 백산차 등 국내에서 접해 보지 못한 각종 식물들을 만나보고 북한식물과 호흡 하며 앞으로의 통일을 꿈꿔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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