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전(藥師殿)
조선(18세기), 경남 유형문화재 제197호
약사전은 극락전과 함께 공민왕 18년(1369) 성곡대사(星谷大師)가 초창하였으며 이후의 중건에 대하여는 알 수 없으나 18세기초 극락전과 함께 중건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건물양식으로 보아 18세기 건물은 전면 3칸, 측면 1칸으로 하여 주칸에 공포를 배치하지 않고 다포식이면서도 앞뒷면에만 공간포를 배치한 점이 특색이다. 따라서 측면에는 평방(平方)을 생략하고 있는데 그 기법도 다른 건물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처리라 할 수 있다.
건물 내부에는 약사여래를 봉안하였으며, 현재 박물관으로 옮겨진 후불탱화(後佛幀畵)는 영조 51년(1775)에 그려진 것으로 약사여래와 함께 일광(日光), 월광(月光)보살을 위시하여 제대보살(諸大菩薩) 및 신장상(神將像)등을 함께 그렸다.
약사여래는 동방정유리세계(東方淨留璃世界)의 교주로서 과거 인행시(因行時)에 십이대원(十二大願)을 발(發)하여 이 세계 중생의 질병을 고치고 목숨을 연장케 하며, 일체의 재화를 소멸하고 의식(衣食)을 구족하게 하여 부처님의 원만행(圓滿行)을 닦아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하게 하는 부처님이다. 과거에 약왕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수행하면서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는 열두 가지 대원을 성취하였다. 즉 ‘약사십이대원(藥師十二大願)’의 공덕으로 성불하여 중생의 병고를 치료하므로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한다.
탱화
약사여래후불도(藥師如來後佛圖)
조선(1775年), 견본채색(絹本彩色) / 287 × 210cm, 경남유형문화재 419호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불보살 신앙 가운데 하나인 약사여래를 봉안하고 있는 약사전(藥師殿)에는 주불이신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을 협시로 봉안한다.약사여래후불도는 약사전에 봉안되기도 하고 대웅전의 격을 높인 대웅보전 안에 석가모니불·아미타불과 함께 약사여래를 모시고 그에 따라 후불을 각각 조성하여 모시기도 하나 그 형식은 다르지 않다.
약사경(藥師經)에 의하면 약사여래는 과거 보살행(菩薩行)을 닦을 때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고뇌를 제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12가지 서원(誓願)을 세워 부처님이 되었다. 따라서 약사여래는 현세 이익적 성격이 강한 부처님으로, 특히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대중들의 간절한 바람속에 널리 신앙되었다. 약사여래가 머물고 계신 곳은 청정하고 안락한 동방유리광세계(東方琉璃光世界)라고 하며, 일광(日光)보살과 월광(月光)보살이 협시로 등장 한다. 그리고 호법신장(護法神將)으로는 12신장이 출현한다고 한다.
보통 약사여래가 불상이나 불화로 표현될 때는 왼손에 약합(藥函)을 지니는 것을 징표로 하며, 약사전(藥師殿)에 모셔진다. 그러나 통도사의 약사불화는 약합을 지니지 않고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있으며, 불ㆍ보살 주위로 다양한 표정을 띤 12신장과 사천왕을 배치하여 화면에 활력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약사탱화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약사여래 독존도 2.약사여래 삼존도 3.삼존·팔대보살·십이지신상 등을 함께 그리는 군도(群圖) 형식 4.동방유리광세계의 모습을 묘사한 동방정토변상도인데, 그 가운데 삼존도와 군도가 가장 많다. 군도형식은 주로 조선시대 후기에 많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조성된 송광사 약사전의 약사여래후불도를 도해(圖解)하면서 그 각각의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균형잡힌 비례의 당당한 모습으로 중앙의 높은 연화대좌 위에 앉아 계시는 약사여래(1)는 십이대원(1. 자신의 광명이 두루 비쳐서 모든 중생이 자기와 같이 되며, 2.그 광명을 보고 중생이 어둠에서 벗어나 지혜로워지며, 3.중생으로 하여금 필요한 물건을 모두 얻게 하며, 4.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대승교에 들어오게 하며, 5.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깨끗한 업을 지어 삼취정계를 갖추게 하며, 6.일체의 불구자·병고자들이 그 이름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칭념하면 다 낫게 하며, 7.여러 가지 병과 가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안락하게 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하게 하며, 8.여인으로서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대장부의 모습을 갖추어 깨달음에 이르게 하며, 9.천마·외도의 사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모두 정견을 얻게 하며, 10.악법 등으로 옥에 갇혀 고통을 받는 자가 그 이름을 듣고 외우기만 하여도 고난을 겪지 않게 되며, 11.일체 중생의 기갈을 면하게 하고 배부르며 온갖 기쁨을 누리게 되며, 12.가난하여 의복과 장신구가 없는 이에게 그 이름을 듣고 외우기만 하여도 원하는 대로 의복과 장신구를 얻을 수 있게 한다)외에도 극락왕생을 원하는 자, 악귀를 물리쳐서 횡사를 면하고 싶은 자, 온갖 재앙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자들이 약사여래의 명호를 부르면서 발원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약사경(藥師琉璃光如來本願功德經)에 설해져 있다.
또 외적의 침입과 내란, 성수(星宿)의 괴변, 일월(日月)의 괴변, 비바람, 가문, 질병의 유행 등 국가가 큰 재난에 처하였을 때에도 약사여래의 본원력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온갖 변고를 치유하는 본원력의 상징은 선정인(禪定印)을 취한 수인 위의 약함에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협시보살로 약사여래의 왼쪽에 일광보살, 오른쪽에 월광보살이 그려진다. 일광보살은 번뇌를 제거하고 광명을 가져다 주며 주로 해를 보관에 얹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다. 월광보살은 달을 보관에 얹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으며 이 달은 중생 인도(引導)의 완성을 의미한다. 일광보살 뒤로는 문수보살과 약왕보살이, 월광보살 뒤로는 보단화보살과 약상보살이 계시는데, 이들은 모두 약사여래의 팔대보살에 속한다. 특히 문수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부처님들의 명호, 그 근본 원과 공덕에 대해 청법함으로 인해 약사경이 설해지게 된 연유가 되었고, 석가모니불께서는 그것은 오로지 업장에 얽힌 중생들을 제도하고 중생들의 이익과 안락을 주기 위함이라 찬탄하셨다.
그 둘레에는 약사정토를 지키는 열두 야차대장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약사십이신장으로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에 해당된다. 각 야차대장의 명칭을 보면, 궁비라(子), 벌절라(丑), 미기라(寅), 안저라(卯), 안리라(辰), 산저라(巳), 인달라(午), 파이라(未), 마호라(申), 진달라(酉), 초두라(戌), 비갈라(亥) 등 열두 야차대장들이다. 이들은 모두 부처님께 귀의하여, 일체 중생을 보호하며 모든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하도록 하겠다고 발원하였다.
이상에서와 같이 약사여래후불도는 고난의 해탈과 함께 현세 이익과 정토왕생 사상을 모두 포괄하는 약사신앙을 총체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 주고 있는 불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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