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함께하는 호탄여울목
강이나 내가 흐르는 어느 지점. 사람들이 길을 내어 오가면서 발을 적시고 배를 띄우니 세월이 흐르면서 그곳은 이미 무심히 흐르는 강이나 내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오가는 길손의 사연을, 향리의 내력을 간직한 곳이 되었다. 이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여울목 중, 영동군의 서북부 지역인 양산면과 심천면을 두루 적시고 흐르는 금강에 유명한 곳 하나 있다. 양산면 호탄리 금강 가, 68번 지방도와 501번 지방도가 만나는 지점. 501번 지방도가 호탄리 강여울을 건너면서 2차선 도로와 인도를 갖춘 ‘호탄교’를 지나면서 687번 지방도와 합류하는 곳이 그곳이다. ‘호탄교’는 호탄여울목 이름을 따서 지은 다리 이름이다. 이 다리 이름의 연원이자 이곳 여울목 이름의 연원은 전해지는 전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경주 김씨 금희라는 효자가 이곳 인근의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효성이 극진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연로하신 아버님이 계셨는데, 아버님이 병이 든 어느 겨울 날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생전 부모말씀을 거역한 일 없는 효자는 산딸기라도 구해 드리려는 마음으로 강 건너 갈기산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럴 때 갑자기 곰이 나타나 딸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고. 금회는 곰의 인도로 아버님께 드릴 딸기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희는 딸기를 구하여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해는 저물어 어둠 속에 갇혀 금강을 건널 수 없게 되었다. 아버님 드릴 딸기는 구하였으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금희를 자기의 등에 태우고 여울을 건너 집 앞에 내려주고 사라졌다. 호랑이 덕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금희는 병환 중의 아버지께 기쁜 마음으로 딸기를 드리자 아버님은 그 딸기를 먹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전설이다. 그 후 금희가 천수를 다하고 죽자,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 3년을 여막에서 금희를 보호했다는데,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효자 금희를 등에 업고 건넜던 여울이라 해서 범호(虎) 자, 여울탄(灘)자를 써서 여울 이름을 ‘호탄’이라 했으며, 마을 이름도 이때부터 호탄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호탄유원지와 가선리 여울목
옛날 길손들이 고개를 넘나들면서부터 생긴 주막거리는 세월의 변천을 겪으면서 쇠락하여 없어지거나 그 명맥을 이어 오다가 옛길이 명소가 되면서 맛집과 멋집 거리로 번성하기도 한다. 강나루도 예외는 아니다. 오가는 길손을 기다리는 배는 더 이상 뜨지 않지만 그곳의 내력과 정취와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찾기도 하며,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토속음식을 즐기려는 식도락가 들 또한 찾고 있다. 향리 사람들이 오가던 호탄 여울목도 세월의 변천에 따라 길로서의 여울목은 더 이상 아니다. 여름철 시원한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려 찾는 사람들의 물놀이 명소가 되었으며, 수심이 얕고 맑은 물이 흐르는 이곳은 여울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강폭이 넓고 바닥은 자잘한 자갈이 가득한 이곳은 가족과 연인이 한여름 강가의 정취와 낭만을 즐기며 물놀이와 함께 더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보통의 강가는 그늘이 없어 햇볕에 노출되지만 폭 넓은 다리는 대형 그늘막이 되어 이곳을 찾는 휴양객들의 피서처가 되고 있다. 호탄여울목은 주변이 막히지 않고 트여 호방한 강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 보다 주변 산의 자락을 적시고 흐르며 그 사이로 곡류하는 강의 정경과 강 언저리 농경지에 매어 놓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아름다운 강마을의 여울목이라면 어떨까? 강촌의 평화로움 물씬 묻어나는 또 다른 여울목을 가자면, 호탄여울목에서 68번 지방도로를 따라 금산방면으로 4.1km 진행하면 우측에 가선리로 들어가는 소로로 이동하라. 이 길로 들어서면서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가선리 여울목이다. 이곳은 호탄여물목과는 대조적으로 강폭이 좁으며 다리 주변을 제외하고는 수심이 깊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금강이 활처럼 곡류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의 산자락을 적시며 흐르는 강의 정취가 유별난 곳이다. 특히 강물이 휘어 들어오는 서쪽은 농경지의 숲과 그 아래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누런 황소, 강가를 먹이 찾아 유유히 날아드는 왜가리, 백로 등이 어우러진 정경이 인상 깊은 곳이다. 강물이 휘어나가는 동쪽 또한 산과 강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이 있어 좋다. 강 낚시와 여울낚시를 즐기는 사람, 어항을 놓고 물고기를 유인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영동의 명물 올갱이 잡으려 강 바닥을 헤집는 사람들 또한 어우러져 평화롭고 정감 넘치는 가선리 여울목. 이곳에 가면 명심해야 할 것 하나 있다. 여울 주변은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빠르니 절대 들어가지 말 것! 괜한 호기심이나 만용은 물 앞에서 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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