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암사 丹岩寺
단암사(丹岩寺)는 완주군 소양면 죽절리 1번지에 자리 잡고 있다. 고려 말 서암(西岩) 대사가 창건하였고 조선 중기에 진묵 대사가 머물렀다고 전한다. 본래의 절 이름은 ‘다남사(多男寺)’였는데, 아마도 아들을 선호했던 전통시대에 이곳이 득남을 기원하는 곳으로 영험이 있었던 것 같다. 언제인지 모르나 ‘다남사’보다 발음이 유사하고, 또한 한자로 ‘붉은 바위절’이라는 오묘한 뜻을 지니는 ‘단암사’로 바꾼 선조들의 기지가 엿보인다. 자연암굴이 있어 이곳에 미륵불을 봉안하고 입구에 목조로 전각처럼 조성하여 미륵전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미륵전에 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굴에서 쌀이 나오는데 언제나 거주하는 사람들이 먹을 만큼의 양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공양주가 욕심을 부려 많은 쌀이 나오도록 바위를 꾹 찔렀다. 그랬더니 바위에서 붉은 피가 나왔고, 이후로는 더 이상 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절 이름은 아마도 이러한 전설에서 유래하는 것 같다. 또한 임진왜란 때 왜군의 부대가 단암사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멀쩡하던 말들이 무릎을 꿇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왜군 대장이 단암사에 와서 굴 안을 바라보니, 그 속에 연기가 그윽하고 미륵불이 현신(顯身)해 계셨다. 신기하게 여기면서 모든 군사들이 하루 동안 정성껏 기도를 드린 뒤에야 비로소 군마들이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 1921년에 신중탱화를 봉안하였고, 1935년 박해안(朴海雁) 스님이 절을 크게 중건하였다. 당시 시주자의 명단을 적은 현판이 인법당에 걸려 있다. 1941년 삼세후불탱화를 봉안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몇 해 전 미륵전이 갑자기 무너졌다. 본사인 금산사와 긴밀히 상의하여 복고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은 없다. 이 미륵전은 여러 전설을 간직한 영험 있는 곳이므로 단암사를 대표하는 곳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둘러 예전의 모습으로 복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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