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거닐던 천년의 숲 세조길
신라 진흥왕 14년인 553년, 당대의 고승 의신대사가 창건한 법주사는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많은 왕들과 인연이 깊은 고찰이다. 고려의 왕 숙종이 아우 대각국사를 위해 법회를 열었고,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법주사를 찾았다. 조선시대에는 태조가 기도를 위해 부속 암자 상환암을 찾았고, 세조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속암자 복천암에서 법회를 열고 계곡물에 그 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고려 때 법주사를 찾은 왕들이 부속암자를 이용했는지 전한바 없지만 두 번 찾기 힘든 어가행차에 숲 좋고 골 깊은 속리산의 계곡을 마다했을 리는 없다. 분명한 것은 조선의 태조와 세조 두 임금이 부속암자로 가기위해 걸었던 숲이다. 태조의 상환암과 세조의 복전암은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의 길을 걷지 않고는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주사 앞을 적시며 흐르는 달천에서 상류 계곡까지. 당시는 저수지도 없었으니 자연그대로의 계곡을 걸었을 터, 생각만 해도 당시의 길을 걷고 싶던 차, 세조길이 탄생했으니 세조의 자취를 생각하며 그 길 걸어볼 일이다.
Photo #01 세조길이 시작되는 지점. 법주사 어귀 삼거리에서 세심정 방면으로 길은 향한다.
Photo #02 세조길 계곡의 막바지는 목욕소 아래에서 끝난다. 다리를 건너면 임도로 세심정까지 길은 이어진다.
천왕봉이 빚은 달천의 유래
달천의 유래는 속리산 최고봉 천왕봉에서 유래한다. 빗물이 천왕봉 바위에 부딪혀 북쪽으로 튀기면 물이 한강으로 흐르고, 동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남쪽으로 튀기면 금강으로 흘러드니 삼파라. 천왕봉에서 북쪽으로 튀긴 물이 달천으로 흘러드니 이 물은 충주의 한강의 지류인 달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에 이른다 했다. 법주사 달천의 유래다. 다른 유래도 함께 전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물이 달아’ 달천이라 했다 한다
Photo #03 법주사 앞을 흐르는 달천 풍경. 수량이 많아 폭도 넓다.
Photo #04 속리산탐방지원센터에서 다리를 건너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달천의 풍경이다.
법주사에서 태평휴게소까지 1.25km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총연장 2.35km의 세조길 중 절반가량인 태평휴게소까지로 편의상 구간을 나누어 소개한다. 법주사에서 저수지 둘레길을 지나 태평휴게소에 이르는 첫 구간은 숲길과 저수지 둘레길로 나뉜다. 숲길은 0.3km 남짓의 길로 전나무 숲길이다. 흐트러짐 없이 곧게 뻗어 오른 늘씬한 전나무가 군락을 이룬 풍경 속을 거니는 발길은 한결 가볍고, 적당히 구불거리는 길의 자태도 걷기의 무료함을 잊게 해준다. 흔치 않은 세조길의 전나무숲길은 숲의 참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Photo #05 세조길 풍경. 길을 걷다보면 법주사에 얽힌 세조의 이야기 발길을 잡는다.
Photo #06 세조길의 주 수종은 전나무이다.
Photo #07 전나무숲길의 끝에서 임도를 건너면 저수지 아래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다.
전나무숲길을 지나면 임도 건너 저수지 아랫길로 세조길은 접어든다. 편평한 바닥에 놓인 데크로도를 따라 걷는 발걸음은 어느 공원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이 숲의 느낌은 차분하다. 이 길은 목교를 이용해 달천을 건너면 저수지의 둑으로 길은 이어진다. 임도 건너부터 저수지 둑 언저리 눈썹바위까지 0.35km 구간이다.
Photo #08 저수지 아래 조성되어있는 세조길.
Photo #09 저수지 아래 조성되어있는 세조길.
Photo #10 달천의 상류를 건너면 저수지 제방 위로 길은 이어진다.
Photo #11 저수지 제방에 다다르면 길 왼쪽으로 눈썹바위가 위치하고 있다.
눈썹바위부터는 저수지의 아름다운 정경을 곁에 두고 걷는 길이다. 걷는 내내 부감을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태평휴게소까지 0.6km 구간이다. 눈썹바위는 세조가 바위 아래 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겼던 자리였다 한다. 속리산을 찾은 사람들이 비바람과 한낮의 더위를 피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생긴 모습이 마치 사람의 것과 같아서 바위 이름이 유래됐다. 눈썹바위에서부터는 수면 위를 걷는 듯 부감을 느낄 수 있고, 데크를 벗어나면 이유모를 안도감에 다음 길을 재촉하게 된다. 데크로드와 자락길을 이용해 걸으며 저수지의 정경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길이다.
Photo #12 어른 대여섯은 여유 있게 들어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눈썹바위를 지나면 저수지의 안온한 정경과 마주하며 걸을 수 있다.
Photo #13 저수지 둘레 데크로드가 있는 풍경.
Photo #14 저수지 둘레 데크로드의 수상전망대 풍경. 이 전망데크는 저수지의 풍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Photo #15 데크로드를 벗어나면 자락길로 길은 이어진다.
Photo #16 수면 가까이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Photo #17 태평휴게소를 외돌아 숲속으로 길은 이어진다.
Photo #18 저수지 둘레길은 잠시 임도를 따라가다 계곡으로 이어진다.
태평휴게소에서 세심정까지 1.1km
태평휴게소를 지나면서 길은 잠시 자락길로 이어지다가 계곡을 건너 계곡을 끼고 걷는 데크로드로 바뀐다. 계곡으로 바짝 붙은 산자락에 낸 길이라서 자락길과 데크로드가 교차하며 이어간다. 세조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 목욕소까지 계곡를 끼고 가는 이 길은 숲의 청량함도 그렇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발아래 펼쳐지는 계곡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세조길 조성 전 환경평가 결과 세조길은 피톤치드 발생량이 하루 3.73ppt로 산림청에서 정한 치유의 숲 타당성 평가 조사 기준보다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한다. 방사량 많은 피톤치드도 그렇지만 계곡에 감도는 음이온의 가치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물과 숲에서 잘 생성되는 음이온과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로 인해 청량감 이 배가되니 건강을 생각한다면, 더아니 좋을 수 없다.
세조가 법주사에서 국운의 번창 기원을 위한 대법회를 연 후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을 했다는 목욕소가 있는 곳은 계곡길의 끝에 위치하고 있다. 세조길의 종점인 세심정 못미처 데크로드가 임도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세조가 목욕소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약사여래의 명을 받고 온 월광태자라는 미소년이 나타나 피부병이 곧 완쾌될 것이다 하고 사라졌다. 세조가 목욕을 마치고 보니 몸의 종기가 깨끗이 없어졌다 하여 목욕소라 부른다.
Photo #19 계곡길로 이어지는 세조길의 처음은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다.
Photo #20 다리를 건너면 데크로드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Photo #21 계곡의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더욱 좋은 구간이다.
Photo #22 계곡길 풍경.
Photo #23 계곡길 풍경.
Photo #24 계곡길 풍경.
Photo #25 태조의 일화가 전해지는 목욕소 전경.
Photo #26 목욕소 언저리로 길은 이어진다.
Photo #27 세심정휴게소에서 길은 세조길은 끝난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태조의 일화가 전해지는 상환암으로 길은 이어지고, 세조의 일화가 전해지는 복전암은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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